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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메슈 D. 러플랜드책 2021. 1. 8. 13:55반응형
노화의 종말
Lifespan: Why we age - and why we don't have to
수명: 우리는 왜 늙고, 또 우리는 왜 늙을 필요가 없는가
도깨비처럼 불멸의 생을 살게 된다는 걸까?
''노화의 종말''이라는 제목때문에 자칫 불멸의 비밀이라도 알아낸 것일까 생각했다. 책의 원제를 보면 불멸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인간의 수명이 놀랍도록 늘어날 수 있고 병없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하버드 과학자가 쓴 책이고 초반부는 저자가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할 연구결과를 설명하는데 치중한 터라 나같은 '과학 잘못알'이 이해하기 힘든 책이다.
우리가 왜 늙어 죽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 종을 위해 늙어 죽는다.
"우리 유전자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일까? 세 생물학자는 자연선택의 힘이 우리가 18세일 때는 강인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 것을 요구하지만, 그 몸이 일단 40세에 다다르면 이기적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이 충분히 확보될 만큼 유전자를 복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몸이 어찌되는 간에 개의치 않는다고 보았다. 그 결과 몸이 급속히 쇠약해져서 노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
"즉 생물의 몸이 이기적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는 세계에서는 자연선택이 불멸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개체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 모든 종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가용자원을 번식이나 수명 중 어느 한쪽에 할당하도록 진화해 왔다. 양쪽에 다 투자할 수는 없다."
노화란 무엇인가 : 노화의 정보이론
노화는 "정보의 상실"이다. 우리 몸에는 두가지 유형의 정보가 있는데 첫번째는 DNA에 저장되는 디지털 정보이다. 두번째는 "후성유전체"라는 아날로그 정보이다. 후성유전 정보는 염색질이라는 구조에 저장되는데 유전적 수단을 통해 전달되지 않는 유전가능한 형질을 뜻한다. 이 부분을 읽다가 당최 내가 뭘 읽고 있는지 현타가 왔다. 다음 문장을 읽고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유전체가 컴퓨터라면 후성유전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새로 분열된 세포가 어떤 중류의 세포로 발달할지 지시하고, 뇌의 뉴런과 특정한 면역세포처럼 한 종류의 세포가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
우리의 DNA는 여러가지 이유로 끊임없이 공격받아 손상되는데 후성유전체는 이때 자기 본연의 임무를 잠시 멈추고 손상된 DNA를 수선한다. 세포의 상해와 손상에 대응하는 후성유전 신호 전달자들이 과로해서 정보가 상실되는 것이 노화다.
저자는 노화가 삶의 불가피한 일부가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치료제로 개발중에 있으며 이러저러한 건강수칙을 지키면 노화를 늦출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150세 정도까지 인간수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는 150세까지 살고 싶은가?
책의 후반부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 졌다. 저자의 주장대로 여러가지 물질의 도움으로 150세까지 중년의 건강상태로 살수 있다면 나는 150세까지 살고싶은가? 수명이 150세가 되면 한 50살쯤 살다가 아이를 낳나? 수명이 150세가 된 인류의 삶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중년의 몸상태로 앞으로 10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더 일하면서 살고 싶은가? 나는 이미 노화가 일부 일어 났기에 부정적인 답이 튀어나온다. 혹시 25살의 외모와 몸상태로 150년을 살 수 있다면 답은 달라지리라.
여러날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아무래도 너무 긴 생은 힘들 것 같다. 인류가 태양계의 행성 하나를 식민지로 만들어 이주하고 우주여행을 하고 이런 시대가 오는 것도 보고 경험하려면 오래 살아야 할 것인데, 나는 그런 세상을 보고싶나?
쓸데없는 걱정이지 싶다. 수명 150세는 내 생전에 일어날 것같지 않으니 말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답하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몰입해서 읽은 부분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현재 우리 다수가 죽는 방식은 야만적이다. 우리는 긴 세월에 걸쳐 쇠퇴한다. 그리고 통증, 슬픔, 혼란, 두려움을 겪는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더욱더 많은 통증, 슬픔, 혼란, 두려움을 겪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결과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은 더욱 오래 슬픔, 희생, 동요를 느끼면서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그러다가 마침내 하직하면 사랑하는 이들은 안도할 때가 많다. "
"어떻게 죽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이렇게 끔찍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답-활력 연장을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바로 이것이다.
준비가 되었을 때, 빠르고 고통없이"
"조력사, 존엄사, 선택적 안락사 등 어떻게 부르든 간에, 우리는 때로 이미 이런저런 식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이들이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기 위해 삶의 마지막 여정을 억지로 질질 끌게 만드는 법과 관습의 누더기를 끝장낼 필요가 있다."
"저명한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David Goodall은 104세인 2018년에 이런 장벽들과 맞닥뜨렸다. 조국인 호주에서는 조력사가 불법이라서 그는 조력사가 합법적으로 안락하게 이루어지는 스위스의 병원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중 누구도 구달처럼 이국땅에서 죽는 것과 생애 마지막 행위를 범죄로 마감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삶을 시작할 때는 타의로 태어나졌지만, 마지막을 내 의지로 마감하고자 하는 것은 '존엄'을 잃지 않으며 삶을 끝내고 싶다는 당연한 소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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