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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 봄책 2020. 10. 15. 23:12반응형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김 봄 에세이
유시민 작가가 다스뵈이다에 나와 추천한 책이라서 샀다. 내용이 짧고 무겁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저자와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의 상황과도 접점이 있어서 더 마음이 갔다.
저자는 살면서 '쥐'와 끔찍한 경험을 몇 번 한 후로 쥐를 끔찍히 싫어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의 고양이는 배변장애가 있어서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장애가 있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저자 엄마의 모습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남들이 하는 소리만 듣고 우리 대통령을 터무니 없이 흠잡고 싫어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전화해서 그 분을 찍으라고 말씀드렸는데 엄마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러더니 결국 다른 사람을 찍었다.
엄마도 엄마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감정도 나누는데, 일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 딸의 의견을 들을 리 없다. 내가 어리석었다.
정치 성향은 다를지언정 저자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겨졌다. 이런 글을 읽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나는 엄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고 자주 뵙지 않기에 마음 속에 원망과 죄책감의 그늘이 있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글을 마쳤다. 서로를 고치려 하면 상처만 생길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더지를 수는 없었다.
“십만 원 먼저 줄게.” 인도에 다녀올 때는 삼십만 원을 줬었다.
"어머, 얘 봐. 그걸로 안 돼!"
물론 편쩍 뛰는 작위적인 제스처와 표정은 덤이다. 손여사는 상황에 맞는 행동언어가 아주 많은 편이다.
“그럼 이십. 프랑스 물가가 비싸.”
“알았다. 일어나자. 아빠 기다린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엇갈렸지만 자본주의 안에서 원만한 합의를 끌어냈다. 이런 게 교섭일까?
-좌파고양이를 부탁해 중에서-반응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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