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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감상후기영화와 음악 2020. 9. 27. 00:00반응형
렛미인 - 북유럽 잔혹동화
출처/다음영화 적막하고 인구밀도가 낮은 북유럽의 마을. 평화롭다 못해 지루한 배경인데 영화는 이런 곳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을 느리게 보여준다.
몇년전에 헐리우드판 렛미인을 봤을땐 뱀파이어 장르의 옷을 입은 사랑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 오늘 다시 스웨덴판 렛미인을 봤는데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스웨덴판 렛미인은 폭력에 관한 영화라고 느껴졌다. 뱀파이어 친구를 사귀면서 자신안에 있던 폭력의 욕망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 스웨덴 판에서는 러브스토리보다 더욱 부각된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12세 소년은 타인을 해치는 경험을 한후 집을 떠나게 된다. 소년이 뱀파이어 소녀에 의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을 뻗는 상대는 아버지이다. 그러나 아버지도 자신의 욕망때문에 아들을 등한시 한다.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점이 어른으로 가는 시작점인 것 같다.
주인공 오스칼은 이혼한 부모님의 집을 오가면서 살고 있다. 학교에는 오스칼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 순진해 보이는 오스칼은 못살게 구는 애들에게 아무 저항 없이 당한다. 그런데 폭력이라는 에너지는 보존되기라도 하는듯이 오스칼의 내면에 싸인다. 저항하지 못하고 당하고는 집에 와서 칼을 들고 나무를 찌르면서 자신이 들은 욕을 내뱉는다. 이런식으로 폭력이라는 에너지는 어딘가로 반드시 표출된다.
영화 첫장면에 소녀가 늙은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목숨을 걸고 소녀에게서 사랑을 구하는 남자는 소아성애를 연상시킨다. 실제보다 더욱 늙은 모습으로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이 매우 추하다. 그런식의 욕망의 끝은 비극뿐이다.
뱀파이어 소녀는 초로의 남자와 함께 마을로 오는데 이 남자는 소녀에게 피를 공급해준다. 소녀가 직접 나서면 뒷처리를 못해 잡힐것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대상을 물색하고 공격해 피를 구하려 하는데 행동이 어설퍼 실패가 잦다. 결국 범죄의 증거를 지우고자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붓는다. 병실로 찾아온 소녀에게 자신의 목을 내밀어 스스로 제물이 되고 죽는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살해하는 남자는 가장 극악한 폭력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출처/다음영화 뱀파이어는 초대받지 않으면 상대의 공간에 들어갈수 없기에 소년의 집에 갈때 초대하라고 요구한다. 폭력의 욕망은 스스로 자물쇠를 열어야 풀려나오는 것이다. 소녀는 학교에서 당하기만 하는 소년에게 공격하라고 용기를 준다.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이에 용기를 낸 오스칼은 괴롭히는 애들 중 대장을 막대기로 공격한다. 공격받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을 보는 오스칼의 얼굴에서 환희가 느껴진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수영장씬은 폭력의 대환장파티이며 복수는 나의것(?)이라 외치는 장면 같았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소녀가 종이에 남긴 메시지다.
뱀파이어 소녀의 존재가 어둠(폭력의 욕망)임을 은유한다. 어둠, 즉 그림자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빌어 설명할 수 있다. 융은 그림자를 ‘성격의 부정적인 부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모든 불유쾌한 요소들의 총합. 인간특성 중 열등하고 가치없고 원시적인 부분, 개인자신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규정 했다.
소년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느꼈을 감정은, 수치심, 분노, 복수심, 폭력의 욕망이었을 것이다. 뱀파이어 소녀는 소년의 그림자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 내면의 또다른 나(the other half)를 상징한다고 느껴졌다. 마지막에 소녀를 상자에 넣어 열차를 타고 떠나는데, 이제 소년은 더이상 소년이 아니며 그런 소년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융의 심리학을 빌지 않더라도 렛미인은 충분히 볼만한 영화다. 뱀파이어 영화 치고는 공포에 무게를 둔 영화는 아니다.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전달하고 있는 내용은 묵직하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다.
평점 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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