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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 영어, 학원 안 보내고 공부 시키는 엄마의 분투기중학교생활 2020. 8. 31. 20:27반응형
중1 영어, 학원 안 보내고 영어공부 시키기
: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영문학을 전공했기에 동네 지인분들은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영어를 어떻게 해야할지 묻곤 했다. 그런데 나는 5~6세 때부터 영어 배우는 것이 성인이 된 후 아이의 영어실력에 크게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많은 엄마들이 집에서 꾸준히 영어에 노출시켜서 성공한 경우를 알고 있었다. 영어동화책 읽기나 디즈니영화 자막없이 보기 등이 그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엄마의 시간투자와 인내가 핵심인 방법이다. 나는 솔직히 그 정도의 시간투자를 하고 아이의 투정을 참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공교육에서 영어를 시작하는 초등 3학년 올라가기 직전 겨울 방학때 영어를 시작했다. 알파벳을 떼고 읽기 훈련을 시작하는 정도였으니 앞서가는 아이들과 차이가 많이 났다. 딸의 친구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교재를 술술 외우는 친구들을 본 기억이 난다. 이 때도 난 별로 초조하지 않았다.
딸은 책 읽기도 별로 안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어공부는 난관이었다. 미리 영어학원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돈 굳었으니. 그리고 내 마음이 편했고 아이도 실컷 놀았으니. 결과는 세상의 이치와 맞아 떨어진다. 엄마가 시간투자 해서 공들인 것이 성공하듯이 돈들인 사교육이 배신하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도 중학교 1학년 딸아이를 가르치면서 스트레스 받고 있으니까 벌 받는 셈이다. 진작에 애쓰지 않은 벌이랄까. 그러나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목표는 듣고 말하기에 치중되어 있다. 지필평가도 하지 않도록 되어있어서 간단한 단어 정도만 평가했다. 초등 3학년부터 실컷 영어를 듣고 말했지만 딸은 5학년이 지나도록 영어 까막눈이었다. 읽고 쓰기는 철저히 내 몫이 되었다. 이걸 다른 지인분들은 마음편히 학원에 아웃소싱 했지만 나는 영어 전공한 죄(?)로 내가 맡았다. 딸이 영어교재의 문장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6학년 2학기 쯤이었다.
영어공부의 목표를 수능으로 정했다.
: 어학원은 안 보내는 걸로
수능에는 말하기를 테스트하는 항목이 당연히 없다. 듣기평가가 있고 문법과 독해력을 평가하지만 그 많은 학생 말하기를 어떻게 평가 하겠는가. 듣기평가는 교과과정에서 훈련이 되리라 믿고 나는 읽고 쓰기에 집중하자고 방향을 정했다. 수능영어 때문에 대학에 못가는 상황만 면하자.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살고 온 많은 2중언어구사자(바이링구얼)들이 번역과 통역을 맡아 하고 있는데 굳이 모든 인력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영어회화는 아르바이트 할 때 외국인 손님이 오면 쿨하게 아는 단어들로 대화 가능하면 그만이라고 본다. 여기서 핵심은 '쿨하다'인데, 요즘 친구들은 외국인 앞이라고 울렁증 보이는 거 별로 못봤다. 외국 여행할 때도 영어 잘하면 편하지만 못해도 크게 불편하지도 않다. 번역 어플이 잘 돼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대화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결혼 전에 회사에서 개발자들과 함께 출장가거나 외국손님과 회의 때 통역을 맏곤 했었는데 그때 느낀 바가 있다. 듣는 사람들은 항상 내 말 보다는 발음이 매끄럽지 않아도 개발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더 집중하고 잘 알아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IT 지식에 서툰 탓도 있었지만...... 영어는 도구일 뿐 언제나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 내 딸은 할 말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읽고 쓰기에 집중하기로 하니 비싼 어학원은 안 보내도 되었다. 어차피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선 레벨테스트란 걸 받아야 하는데 분명 아이 실력이 바닥이라며 겁주거나 핀잔줄 것이다. 사교육은 엄마의 공포심을 먹고 커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정해진 코스에 올라타지 않은 사람은 비난받는다. 겁도 없이 애를 방치한 무관심한 엄마로.
우리사이는 괜찮은 걸까
: 중1 까지가 최선인 것 같다.
초등학교 3년 동안 아이와 실갱이하며 겨우 버텨왔는데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엄마말은 대체로 잔소리로 여기는 중1 녀석이 내말을 듣도록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소리지르고 혼내는 일이 잦아지고 녀석은 '또 시작이네'하는 반응을 자주 보였다.
따라 읽으라고 하면 일부러 기계음처럼 높낮이 없는 소리를 내거나 콩글리쉬 발음으로 반항하기도 했다. 그러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 악물며 참았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우리는 원수지간이 될 것만 같다. 녀석이 나중에 혹여 맘 잡고 공부할 때 너무 아는 게 없을까봐 기본만 가르치자고 마음먹고 있다. 중2가 되면 더는 못하지 싶다.
악마같은 영어선생보다 그냥 짜증 받아주는 엄마로 남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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