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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경기평생교육학습관 - 첫과제, 패러디 한뼘 글쓰기엄마와 딸 2022. 8. 15. 22:12반응형
사진에세이 경기평생교육학습관 - 첫과제, 패러디 한뼘 글쓰기
사진에세이수업 첫과제는 패러디 한뼘 글쓰기였다. 모델이 되는 시는 기형도시인의 '엄마걱정'이다. 이 시의 앞 부분에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채워넣는 방식이다.
엄 마 걱 정
- 기 형 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내가 제출한 과제의 제목은 '양은 주전자'였다. 유년시절의 사진을 한장 고르고 글을 써야했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내가 직접 그렸다.
양은 주전자
바스락 바스락. 아무리 애를 써도 풀먹인 광목이불은 몸을 뒤채길 때마다 소리기 컸다.
열한살의 나는 할머니집에 맡겨져 고모와 이불을 함께 덥고 잤다.
'너 땜에 잠을 못자겠다. 백년사 약수터에 가서 물을 받아 와라.'
고모는 짜증섞인 말과 함께 윗목에 놓인 양은 주전자를 가리켰다.
싫다 소리도 못하고 왕방울 눈에 눌물만 뚝뚝 흘렸다.
겨울 아침의 어둠속 나무들은 길쭉하게 솟아 나를 내려다 보았다.
얄밉도록 차가운 양은 주전자를 손에 쥐고 약수터 산길을 주저주저 걸어갔다.
학교 끝나면 부리나케 집에 오곤했다.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왔을까봐.
눈이 쭉 찢어진 고모가 미웠다. 고모는 자기 눈처럼 마음도 못 생겼다.
가끔 생각해본다. 싫다고 떼쓸 걸. 그깟 고모말 듣지말 걸.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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