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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 등장인물 및 줄거리, 어랏 뭔가 허전한데?영화와 음악 2022. 3. 27. 13:24반응형
드라마 파친코 감상후기, 어랏 뭔가 허전한데?
애플TV에서 개봉한 드라마 파친코 1~3 회를 단숨에 몰아서 봤다. 재미있냐 없냐 묻는다면 대답은 "재미있어!"
그런데 2화를 볼때쯤에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국내에서 제작된 일제시대 배경 드라마나 영화중에 독립운동 이야기가 없는게 하나라도 있었나? 없었을 거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제작에 참여한 미국드라마라서 그럴까?
물론 그시대 사람중에 독립운동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아이키우고 그렇게 자기 인생 살고 있었을 거다. 그런 개인사가 가치가 덜하다거나 그런게 아니다. 드라마적 재미 측면에서 봤을 때 독립운동은 굉장히 몰입도가 좋은 소재다. 그 아슬아슬한 써스펜스가 없어서 허전했다. 내가 한국에서 나고자라 이민자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작게라도 독립운동 이야기가 있었으면 좀 후련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 드라마의 주된 이야기는 재일동포의 삶이 될 것이므로 1~3화는 드라마의 도입부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해도 독립운동이야기가 없으니까 울화가 치미는게 해소가 안된다. 그저 나라잃은 한을 노래로 달래는 모습만 잠깐 나온다. 1화에서 일본 순사놈들이 사람들 괴롭히고 다니는데, 그런 놈들이 독립운동가에게 총 맞거나 호되게 당하는 장면이 없으니까 마음속에 치민 화가 해소가 안된다.
그러니까 일제침략에 대해 집단무의식을 가진 한국인에게는 조금 특이한 서사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몰랐던 자이니치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봐야할 것같다. 독립운동 속에 치열했던 주류 서사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처음 시청할때 가장 이상했던 것은 타이틀이었다. 저건 무슨 의미일까. 미국 올드팝에 맞춰 파친코장 안에서 춤을 추는 등장인물들, 그 사이사이 근대화 시절 조선의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스친다. 내가 지금껏 본 드라마 타이틀 중 가장 이상한 타이틀이었다.
(추가: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드라마 타이틀이 경쾌한 분위기로 만들어진 이유가 짐작됐다. 파친코 사업은 일본의 자동차사업보다 규모가 크다고 하며 그 대부분을 자이니치들이 일으킨 것이라한다. 한국인 이민자 후손들이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수 없어 시작한 파친코 사업이 일본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즉, 파친코는 자이니치 억압의 상징이며 동시에 그들의 생명력과 강인함을 상징한다. 우리를 배척하고 없애버리려 했지만, 우리는 이 사회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당당하게 우리 자리를 차지했다.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드라마 타이틀은 이런 느낌을 표현한 것 같다.)
대사가 어색한 것도 조금 있었다.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다보니 자연스럽지 못한 대사들이 가끔 튀어나왔다. 예를들면 선자가 태어났을때 선자의 아버지가 '이 아이는 강하게 싸울거야' 라고 한다. 완벽한 한국말이지만 어색했다. 영화에는 시종일관 진한 부산사투리가 나오는데, 부산싸나이의 입에서 나올법하지 않은 표현이었다. (나만의 느낌이려나?) 헐리우드 영웅서사에서 나올법한 대사여서인지 손발이 좀 오글거렸다.
또, 영어직역체 한국말 표현도 있었다. 선자와 솔로몬이 도쿄에가서 재일교포 할머니 집에 방문했을때, 함께 밥을 먹으며 눈물을 보였는데 이때 집주인 할머니가 솔로몬에게 '너의 할머니를 부끄러워 하지마라. 할머니는 울 자격이 있다' 라고 말한다. 할리우드 풍의 대사 'She earned it' 이 귓가에 맴돌았다. 우는 사람에게 울자격이 있다고 위로하는 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일본영화 풍이 가미된 미국드라마라는 감상평이 가장 많았다. 일본인들은 역사를 부정하고 있으니 이 드라마가 싫을 테고 미국인들에게 가장 어필할수 있는 드라마인것 같다.
일제시대 부산에서 태어난 선자는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아버지가 죽고 하숙집을 운영하는 엄마일을 돕는다. 돈많은 바람둥이 고한수(이민호)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지만 유부남이었던 한수에게 버림받는다. 옛날 영화에서 많이 나왔을 상투적인 진행임에도 이런식의 극전개는 언제나 재미와 몰입도를 보장한다. 개인적으로 3화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선자에게 새로운 남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른 숫컷의 애를 가진 여자에게 구애하는 남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요즘같이 쿨한 시대도 아니고 20세기초 일제치하의 조선에서. 이제 선자가 그 남자와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면서 그 남자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3화 이후에는 선자의 일본에서의 삶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재일교포라고 하는데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후손들은 스스로를 자이니치라고 칭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살기 때문에 여전히 일본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이다. 3화 이후에서는 자이니치로서 일본에서 차별받고 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오겠지? 원작을 못 읽어서 결말이 꽤나 궁금하다. 그런데 아마도 또 울화가 치미는 내용이 많이 나올 것이다.
드라마 내용과는 별개로 배우문제가 불거졌다. 드라마에 선자의 손자역 솔로몬으로 나오는 진하라는 배우는 우리나라 할머니들 사진을 무단으로 온라인에 찍어올리고 성희롱 멘트까지 써놓은 과거가 있었다. 11년전의 일이라고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뭐 이미지가 생명인 업계에서 크게 도약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토록 영향력있는 드라마에 오디션을 보고 드라마를 찍었지만 자신의 과거 행적이 발목을 잡았다. 오래전에 그랬잖아. 퍼거슨 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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