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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세브란스 단절 - 제발 관두게 해줘영화와 음악 2022. 4. 18. 22:10반응형
애플티비 세브란스 단절 - 제발 관두게 해줘
굉장히 새로운 미드를 발견했다. 애플티비의 세브란스: 단절이다.
남편한테서 제목을 들었을때 반응은 이랬다.
'세브란스? 신촌에 있는 병원?'
아재같은 반응이었지만 제목이 워낙 특이해서 무슨 내용일지 감도 안잡혔다.
초반에 좀 느리게 진행되는데 지루하기보다는 '이거 뭐지?' 하는 호기심을 잘 잡아준다. Severance는 단절이란 뜻으로, 등장인물들은 Lumon 이란 회사에 입사하면서 기억이 단절되는 시술을 받는다. 출근과 동시에 기억이 단절되어 사적인 삶의 기억이 전혀 없는체로 일하다가 퇴근시에 다시 단절을 겪으면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모른체 자신의 일상을 산다.
물리적으로 동일인인데, 회사 안과밖으로 단절되다보니 마치 두개의 인격인것처럼 다루게 된다. 회사안의 사람은 이니( in-ee: 안에 있는 사람)로 부르고 밖에 있는 사람은 아우티(out-ee: 밖에 있는 사람)로 부른다.
등장인물들은 부조리하고 이상한 회사의 시스템에 별불만 없이 적응하며 살고있다. 도무지 무슨목적인지 알길이 없는 일을 하면서. 그러다가 헬리R 이라는 신입이 들어오면서 매크로데이타 정제팀 사람들의 마음에 균열이 생긴다. 인간이라면 당연할 의문들을 갖게 된다.
- 우리가 하는일이 도대체 뭔가
- 왜 다른 부서와 소통하지 못하게 하나
- 나의 아우티는 어떤 삶을 사나
헬리R은 처음 회사에 온날부터 끈질기게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으로, 나는 헬리R에게 감정이입 되었다. 강제로 회사에 묶여 감시를 받으며 미로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답답해 보였기에 그녀가 탈출에 성공하길 바랐다.
회사밖에 사는 아우티에게는 힘들게 일한 기억없이 출근과 동시에 퇴근인 삶이라, 나름의 만족이 있겠으나 이니에게는 매우 부당한 삶이다. 퇴근과 동시에 다시 출근이니, 영원히 계속되는 덫에 걸린 느낌일 것이다.
탈출시도를 반복하던 헬리R은 그녀의 아우티에게 퇴사를 요청하는데 묵살당한다. 헬리R의 아우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인간이야. 넌 아니고. 결정은 내가 해.'
인간이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소수자와 타자를 미워하고 억압하다 이젠 자신의 단절된 자아까지 타자화해서 지배하려한다.
이 드라마에서도 최종 빌런은 다국적 거대기업이다. 부를 이루다보면 더이상의 숫자가 의미가 없이지고, 결국은 필연적으로 세계를 통제하고 싶어지나보다. 아, 도대체 왜? 돈 많으면 그냥 좀 즐기고 기부도 하면서 살면 안돼? 왜 맨날 온 세상 사람 다 쥐고 흔들라고 하는거야. 참 내.
이 드라마는 9화의 결말로 치닫기 위해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는데 반전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는 반전의 충격보다는 드라마의 세계관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었다.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라면 돈을 많이 준대도 기억단절 같은 시술을 할까? 나라면 갑자기 주어진 환경에 저항을 할까?
주인공 마크는 아내를 사고로 잃은 극도의 슬픔때문에, 회사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기억을 지우고 싶은 간절함에 단절을 택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고통의 기억을 삭제시킨 시간만큼 치유의 시간도 기약없이 미뤄지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고통의 시간을 정면으로 맞았다면 주인공은 술주정뱅이 폐인이 되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겪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억단절 시술로 그는 껍데기 같은 일상을 버티며 치유의 시간을 뒤로 미룬 셈이 된 것같다. 나라면 어땠을까. 곰곰히 생각해보게된 드라마다. 너무 재미있게 몰입해서 봤다.
p.s 이 드라마는 타이틀이 꽤 괜찮다. 공을 많이 들여 만든티가 난다. 마치 움직이는 미술관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2~3화를 볼때까지만해도 우와~ 하면서 보지만 나중에는 스킵하게 되는건 똑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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