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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 사춘기 딸 160개월엄마와 딸 2020. 9. 15. 17:57반응형
중학생이 되고부터 더 당당하게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뭐하나 슬쩍 보면 주로 페이스북 피드를 보고있다. 게시물을 보며 화면을 쭉쭉 밑으로 내린다. 손가락 튕김만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행위에 틀림없다. 나도 자주가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스크롤하다가 이거 재미있겠다 싶은 것을 클릭해서 보니까.
스마트폰 할 때 녀석의 자세는 매우 안좋다. 소파에 기대다 못해 반쯤 누운 자세다. 걱정된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을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지만 말하지는 않는다.
'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
그런데 녀석은 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본다. 보고 있을때 말 걸면 부쩍 짜증을 낸다. 중요한 일을 하다가 방해받기라고 한 것처럼. 내 인내심의 한계치는 매우 낮아서 요 때쯤에 한번 왁-하고 화를 낸다.
"그만해. 폰 내놔."
폰을 압수당할 때는 반항이 심하다. 거의 내동댕이 친다. 반항이 점점 심해지는데 내년쯤엔 얘가 내말을 안듣겠지 싶어서 우울하다.
며칠전에는 이런일이 있었다.
남편 퇴근길에 동네 식당에서 만나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녀석은 굳이 자기한데 큰 슬리퍼를 신고 간다고 고집부린다. 이유는 그게 이쁘단다. 굽도 폭신하고 잘 안벗겨지는 내 슬리퍼를 줬더니 '아줌마'신발같아서 싫다며.
식당까지 걷다가 두번 넘어질 뻔했다. 신발이 자꾸 벗겨지려 하니까 녀석의 스텝이 꼬였다. 잔소리를 좀 했더니.
"안 넘어져. 알아서 할게."
"넘어져서 코라도 깨지면 어쩔라고. 글게 왜 엄마가 신지 말라니까......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시끄러워!"
헐......
딸이 나한테 시끄럽다고 소리쳤다. 그때 옆으로 중학생무리가 나를 흘끗 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창피했다. 딸한테 면박당하는 엄마라니! 나는 너의 친구가 아니고 엄마인테 이렇게 시건방진 태도는 곤란하다고 말하며 화를 냈다.
녀석은 내가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해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녀석에게 삐진 후 남편과 만나서 밥 먹으면서 기분이 풀렸다. 아빠 앞에서 알랑방구 끼며 애교부리는 녀석을 보면서.
이제 시끄러워를 시작으로 녀석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살짝 두렵다. 잔소리 안 할 자신은 있지만 내버려두면 사람이 안 될 것인데. 루소가 주장한 것처럼 뜨거운 것을 만지면 데인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깨닫게 기를 수는 없다. 나는 그럴 수 없다. 타협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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