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해 쓰면서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가 성숙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엄마랑 사이 안좋은 딸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씁니다.
엄마, 그러지 좀 마.
블로그 구경하다가 가끔 엄마와 딸의 다정한 사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사진속의 엄마와 딸은 행복해 보인다. 아마도 사진속 젊은 딸은 살면서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포근함을 떠올릴 것이다. 나를 위해 헌신하고 언제나 내편을 들어주고 아플때 이마를 쓸어주었던 엄마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 기억속의 엄마는 항상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원망, 답답함, 죄책감'이 마구 뒤섞인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
얼마전 엄마생신이 다가올 때였다. 코로나 19때문에 정부에서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중이었고 의사들은 파업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고령이시니 여러모로 조심하고 싶었다. 생신 며칠전에 전화를 했다. 추석때 뵙겠다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생신선물은 현금으로 입금했으니 필요한데 쓰시라 했다. 엄마는 알겠다고 하셨고 전화를 끊었다.
생신 당일에 전화를 했는데 엄마는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며 갑자기 우시는 거였다. 엄마가 미역국 못 끓이는 것도 아니고 귀찮아서 라면 드셨을 것이다. 그런데 나 속상하라고, 혹은 자신을 불쌍히 여기라고 라면 얘기를 하신거다.
진짜 엄마가 이럴 때가 가장 싫다. 나도 내 생일에 내가 미역국 끓여 먹는다. 미역국 싫으면 다른거 사 먹어도 된다. 엄마가 노인이지만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아무도 나에게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는가' 이러면서 하나 있는 딸의 하루를 망칠 말을 하고 울기까지 하나. 운전을 못하는 내가 엄마집까지 가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참 이기적인 엄마다. 70대에도 아직 철이 안든 엄마다.
엄마가 이렇게 성숙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엄마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 당연히 받아야할 단 하나의 사랑이 있다면 그건 엄마의 사랑이다. 그걸 받지 못하고 성인된 엄마는 자기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 스스로를 연민할 뿐이다.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을 곁에서 바라보는 건 정말 거지같은 일이다.
엄마가 울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자식 얼굴 보고싶은 거지 돈이 무슨 소용인가'
엄마가 이런말을 할 때마다 맘속에서는 울화가 치민다. 본인이 자애로운 엄마와는 정반대의 엄마였던걸 잊은 걸까 아니면 잊은척 하는걸까. 내가 7~8살 쯤에 엄마는 화나면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걸로 나를 때렸었다. 물론 엄마가 상습적으로 자식을 학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헌신한 엄마였던 것처럼 자꾸 과거를 왜곡하는건 참기 어렵다.
아빠가 엄마를 고생시킨 건 잘 알지만 나도 그런 부모를 만나 고생하며 자랐다. 엄마는 그저 자기만 불쌍하고 자기만 봐달라고 아직도 징징거린다. 엄마는 내 엄마지 내 딸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야.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맛난거 사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뒤 '즐거웠다, 용돈 고마웠다'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될 수 없을 망정. ''넌 죄책감을 가져야해' 이런 신호만 감지된다. 엄마, 그러지 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