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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블루스(Funeral Blues) - 오든 (W. H. Auden)책 2020. 9. 10. 23:58반응형
워킹타이틀(Working Title)은 영국의 영화사로 로맨틱 코미디 명가로 유명하다. 내가 제일 처음 보았던 워킹타이틀 영화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1994)' 이었다. 정말 오래전에 본 영화지만 아직까지도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휴그랜트의 처진 눈이고 다른 하나는 오든(W. H. Auden)의 시이다.
제목처럼 영화에는 장례식이 한 번 나오는데, 연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남자가 장례식에서 오든의 시로 추도사를 대신한다. 영국식 액센트에 한참 관심이 가던 시기라 시의 내용도 좋았지만 배우가 읽어 내려가는 소리 자체가 좋았다. 장례식 블루스(Funeral Blues)는 상징과 은유보다는 평이한 단어로 말하듯 씌어진 시다. 처음 영화에서 이 시를 들었던 그 때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다.
Funeral Blues
W. H. Auden (1936)
Stop all the clocks, cut off the telephone.
Prevent the dog from barking with a juicy bone,
Silence the pianos and with muffled drum
Bring out the coffin, let the mourners come.
Let aeroplanes circle moaning overhead
Scribbling in the sky the message He is Dead,
Put crepe bows round the white necks of the public doves,
Let the traffic policemen wear black cotton gloves.
He was my North, my South, my East and West,
My working week and my Sunday rest
My noon, my midnight, my talk, my song;
I thought that love would last forever, I was wrong.
The stars are not wanted now; put out every one,
Pack up the moon and dismantle the sun.
Pour away the ocean and sweep up the wood;
For nothing now can ever come to any good.
장례식 블루스
오든 (1936)
번역/기록마녀
시계를 다 멈추고 전화를 끊어요.
개에게 뼈를 주어 짖지 못하게 하고,
피아노 소리를 잠재우고 천을 감은 북을 쳐
관을 내오고, 조문객들이 오게 하세요.
머리위에서 비행기가 돌며 울게 하세요.
그가 죽었다는 전갈을 휘날리도록,
비둘기의 흰 목에 검은 띠를 두르고
교통 경찰은 검은 면장갑을 끼게 하세요.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과 서쪽,
내 일하는 날들과 일요일의 휴식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말, 나의 노래였어요;
사랑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군요.
이제 별들은 필요없어요. 모두를 끄고
달도 싸매놓고 태양을 철거하세요.
바다를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 버려요.
지금은 아무것도 소용이 없으니까요.
*오든은 1930년대 활동한 영국시인이다.
옥스퍼드대학 재학중에 이미 시인이자 철학도로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예술가로서 고대 영시풍의 단음절 낱말을 많이 사용해 조롱이 섞인 경시와 모멸 풍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출해냈다. 1939년 미국으로 귀화한 이후에는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작품을 많이 썼다. (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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