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젤릭정 복용후기 - 폐경기 호르몬 치료일상 2020. 9. 4. 16:57반응형
열네살 때 처음 시작됐던 생리가 1년전 쯤 끝났다. 35년 동안 매달 나를 괴롭힌 요란했던 행사가 이젠 없을 거란 신호였다. 난 기분이 좋았다. 얏호~!
이제 내 속옷은 처참한 살해현장 같은 비주얼을 더이상 보이지 못하겠지. 지긋지긋했던 그 시절이 이제 갔다. 나는 가임여성으로 복무한 기간을 완료했다. 완.경.!!!
나는 제왕절개로 딸을 출산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깨어났을 때 죽을듯한 고통이 아랫배에 느껴졌다. 진통제를 꼽고 신생아실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서 처음 내새끼를 보았을 때, 딸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제 되었다. 나에게 더이상 자궁이란 장기는 필요 없다'
그때부터 나는 기다렸다. 어서 끝나기를. 그랬기에 작년에 마침내 끝을 맺었을 때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젠장! 복병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몇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체온조절이 잘 안 되는 거였다. 갑자기 확 더워서 식은 땀을 흘리다가 갑자기 한기가 들기도 했다. 또 생식기 쪽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증상을 검색해 보니 '위축성 질염'이라는데 괄호안의 단어가 좀 충격이었다.
(노인성 질염)
노인성....... 이 말은 내가 노인으로 접어들었다는 말이었다.
나는 흔한 표현으로 여성갱년기증상을 겪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폭풍검색을 했더니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이 팽팽하게 맞섰다. 호르몬 약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내용과 호르몬약은 유방암 발생율을 높이니 한방치료나 식품섭취를 해야한다는 내용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유방암...... 큰 고모가 유방암수술을 했으니 나에게 가족력이 있는걸까 고민이 되었다. 한달정도 버티다가 결국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딸아이 낳고 나서 '다시는 거기에 앉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 의자에 앉고 말았다.
굴.욕.의.자.
여자의사였는데 내진 안 받겠다고 앙탈 좀 부렸더니 말하기를,
"애도 낳았으면서 왜 이래요?"
결국 굴욕의자에 앉았는데 간호사쌤이 내 팔을 막 붙잡았다. 내가 너무 움직인다고. 간신히 진찰 끝내고 약을 받아왔다. 바이엘사의 안젤릭정이었다.
두달치를 처방받아 왔다. 약품설명서를 읽어보니 유방통증, 생식기출혈, 위장관 및 복부통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써있었다. 약은 받아와 놓고 며칠동안 먹지 않고 고민했다. 유방암 발생율을 높인다는 말이 계속 맘에 걸렸다. 그런데 갱년기증상은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었고 에스트로겐 함량이 낮은 저용량 호르몬제라기에 과감하게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한달치를 먹었을 때쯤 출혈이 조금씩 나타났다.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힘들어했던 증상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갑자기 확 열이 오르는 거나 위축성질염 증상이 없어졌다. 이전에 약간의 불면증도 있었는데 안젤릭정 복용하면서는 잠도 잘 잔 편이었다. 다만 생리시작 전에 가슴이 붓는 증상과 비슷한 정도의 유방통이 있었다.
지금은 약을 다 먹은 상태로 한달 쯤 지났다. 슬프게도 증상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고민중이다. 안젤릭정을 다시 처방 받으러 가야할지 그냥 좀 참아야할지. 여성갱년기 증상이란게 막 고통스러운 건 아닌데 꽤나 사람을 성가시게 한다. 안젤릭정이 나한테는 대체로 맞는 약인 것 같은데 유방암이라는 위험인자는 계속 찝찝함을 남길 것 같다.
반응형'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신 14주까지 낙태가능 입법예고 - 낙태죄 폐지, 임신중지 합법화 (0) 2020.10.06 지천명의 나이에 아이유에 빠지다 (0) 2020.09.22 초등학교 구강검진 (0) 2020.08.27 플레이모빌 미스터리 피규어 (2) 2020.08.25 플레이모빌 운동선수 - 코로나 집콕 혼자놀기 (2)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