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심리학 - 레이철 시먼스

 

 

딸아이가 5학년 1학기를 마쳤다. 학기 초 공개수업에 참여하고 꽤 놀랐다. 아이의 모습이 작년과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내성적이고 얌전한 아이처럼 보였고 행동도 조심스러워 졌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활발한 아이였는데 좀 의외였다.

학기 초에는 전학 온 친구와 단짝이 되어 지냈다. 방과 후엔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이 놀았다.
그러다가 여름 들어 연락이 없는 것 같아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반에서 유일하게 몰려다니는(인기 있는) 여학생 그룹에 들어갔고 말투랑 행동이 달라졌다고 한다. 놀자 해도 안 된다고 한단다. 이제 자기도 그 친구가 별로라고 쿨한 척 하지만 거절당한 상처가 나는 보인다.
얼마 전에는 반에서 서로 싫어하는 두 여학생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딸아이가 중간에서 말을 잘못 전달해서 욕을 엄청 먹었다. 전화로 두 명에게 원망을 듣고 있는 아이를 보니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미 지나온 과정이건만 도무지 어떤 도움을 주어야할지 난감했다. 고민되어 소녀들의 심리학 이라는 책을 찾아보았다.

 

 

 

 

 

 

소녀들의 심리학 - 레이철 시먼스

 

이 책에서 저자는 소녀들의 따돌림을 ‘대체공격’이라고 불렀다. 소년들의 폭력적 괴롭힘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고 부모, 학교, 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문화는 소녀들이 갈등을 공개하는 것을 가로막고, 공격의 형태도 비육체적이고 간접적이며 은밀할 것을 요구한다. 소녀들은 뒤에서 흉보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욕하기, 조종하기 등을 통해 표적으로 삼은 대상에게 심리적 고통을 준다. 소년들은 조금 아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따돌리지만, 소녀들의 공격은 알아내기가 어렵고, 희생자가 입는 상처도 훨씬 깊다. 소녀들은 은밀한 공격 문화 속에서 주먹이나 칼 대신 몸짓언어나 관계를 이용하여 싸운다. 우정은 무기가 되고, 화를 내는 것은 하루 종일 침묵하는 것에 비하면 그 고통이 훨씬 약하다. 등을 돌리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몸짓은 없다.

 

 

 

 

 

 

 

다음은 책 속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여학생 따돌림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소녀들이 가담하는 대체공격이 의사소통의 만족스럽지 않은 형태라는 사실과, 분노를 표출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소녀들에게 허용되는 유일한 표현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녀들은 갈등을 편하게 받아들여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격에 있어서 더 건강한 관계가 허락될 뿐 아니라, 분노와 갈등에 선행하는 불편한 감정을 미리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조종하는 행위를 칭찬해서는 안 된다. 소녀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자기주장 행위를 하도록 격려하고, 자극적이지도 공상적이지도 않은 여성적 공격 표현의 형태를 제시해야 한다. 그 책임은 사회화의 순간에 시작되고 학부모, 교사, 소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소녀들에게 공격적이 되라고 가르치란 말인가? 그렇다. 소녀들의 자존감 상실에 대해 다시 살펴보면, 그 주요 증상은 이상화되고 갈등 없는 관계이다. 소녀들이 질투, 경쟁, 분노 같은 ”복잡한“ 감정에 더 편안해지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런 감정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강열한 감정도 자유롭게 털어놓을 것이며 자신에게 더 솔직해질 것이다. 서서히 끓어오르다가 분노 행위로 폭발할지 모르는 감정을 더는 억압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대체공격에 대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음은 책속에 나온 딸과의 대화방법을 정리한 것이다.

<딸에게 다가가는 좋은 방법>
-반에서 여자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괴롭히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선생님이 아시니? 그 이유는 뭘까? 어떤 반응을 보이시니?
-여자아이들이 몰래 괴롭히니? 어떻게?
-친구들끼리 괴롭힐 수 있을까? 어떻게?

<아이가 고민을 털어 놓았을 때 적절한 반응>
-그렇구나. 정말 속상하겠다. 안타깝구나.
-엄마한테도 그런 일이 있었단다.
-정말 안타깝구나. 그 친구랑 이야기는 해봤어? 다음에는 어떻게 하고 싶니?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같이 생각해 볼까?
-엄마가 선생님이랑 이야기해볼까?
-여자아이들이 화날 때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설명한 연구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
-언제부터 그랬니?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나니? 그만두게 할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