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기스 플랜 (2017) - 잔잔하게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영화와 음악 2021. 12. 4. 21:54반응형
출처/다음영화
매기스 플랜 (2017) - 넌 항상 계획이 있구나
(*결말 스포있어요)
계획이 있고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여자 매기의 이야기. 잔잔하지만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일단 주인공이 입고나오는 옷이 완전 촌스러운듯 내 취향이었다. 퀘이커교도 모임에도 가는 모범생 타입의 주인공 매기는 부드럽고 천진한 사람으로 대학에서 사업개발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갖고 싶어한다.
출처/다음영화
플랜1
자신의 동창인 수학천재 가이한테 정자를 기증받기로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학 잘하는 유전자는 누구나 원하는 듯. 수학천재이지만 오이피클 제조판매 사업을 시작한 가이는 매기의 집에 찾아온다. 왠지 매기한테 호감을 보이며 들이대지만 매기가 거절하자 화장실에 가서 정액을 직접 '제조' 한후 손수건에 고이고이 싸서 주고 간다. 아, 진짜 이 장면 너무 리얼해서 웃겨 죽을 뻔.
매기가 가이한테 왜 수학자가 되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이 남자의 대답이 무척 아름답다.
가이: 수학이 아름다워서 좋아한 것 뿐이야.
수학자가 될 생각은 없었어.
매기: 그래? 수학이 그렇게 아름다워?
가이: 누구든 수학의 옷깃만 만져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거야. 난 옷깃으로 충분했어. 좌절감을
감당할 수 없었거든.
매기: 무슨 뜻이야?
가이: 전체를 볼 방법이 없으니까. 늘 전체의
일부를 어렴풋이 볼 뿐이지. 평생 진리의
조각만 찾아다니는 삶이잖아.
아니, 수학을 이렇게 말하는 남자한테 호감 안 느낀다고?
출처/다음영화
플랜2
매기는 같은 대학에서 무슨무슨 인류학을 가르치는 유부남 존과 사랑에 빠진다. 존과 결혼하고 딸 릴리를 낳고 살지만, 곧 자기 삶에 이 남자가 짐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매기는 남편을 전처와 다시 엮어 주려한다. 이 두번째 계획이 이해가 안 갔다. 그렇지만 자기 딸의 아버지라 믿었으니 그를 그냥 떠나버릴 수는 없었을 것.
출처/다음영화
이 영화에는 남의 인생을 쥐고 흔드는 두 여자가 나온다. 존의 아내 조젯은 맹열히 성공을 향해 달리는 자기중심적인 여자다. 소설을 쓰고자하는 남편의 욕망을 북돋아주지 못했다. 방황하던 존은 자신의 초고를 읽고 평가해주는 매기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반면에 매기는 착한 오지라퍼이기에 밉지 않지만 남의 인생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건 마찬가지. 그녀는 타고난 엄마로 가사노동과 아이돌봄을 전담한다. 매기는 결혼한지 3년쯤 지나자 사랑이 식어버렸음을 깨닫는다. 음식먹을 때 손가락을 쪽쪽 빠는 남편의 버릇을 못견디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혼제도 바깥에서 아이를 나아 기르려는 여자 주인공. 매기는 자신에게 있어 결혼은 지속되기 힘들거란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가 보인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남자가 필요없는 사람이다. 매기에게 있어 남자는 '정자기증자' 로 기능한다. 사랑이 식은 후 남는 것은 아들처럼 돌봐야할 남편이란 짐. 그냥 이혼이란 선택을 하면 간단할텐데, 굳이 남편을 전처와 맺어주려 계획을 세우는게 통제광(control freak)의 모습이며 선을 넘는 행동이다.
출처/다음영화
영화중반에 반전의 떡밥이 있다. 세살배기 딸과 욕조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다 매기가 묻는다.
'엄마 얼만큼 사랑해?' 묻자 릴리가 대답한다.
'25,362 만큼'
세살 때(우리나이로 네살)는 100정도까지 세는 것도 아주 잘하는 것이다. 지능이 유전빨인 것은 이미 잘 알려졌다. 수학적 재능을 물려받았음을 암시하는 떡밥이다. 나는 처음 등장부터 피클만드는 가이가 맘에 들었다. 소설쓰는 남자보다는 수학천재가 더 매력적인 것은 개인취향일 것이다. 글 잘쓰는 사람은 부럽지만 사귀고 싶은 대상은 수학천재나 첨단기술을 이해하는 남자다 나한테는. 그래서 매기가 유부남 존과 사랑에 빠졌을 때 실망했다. 그런데 결국 아이의 아버지가 피클사업하는 가이일것이란 암시로 끝나서 뭔가 흡족했다.
기억에 남는 대사'Like' is a language condom.
인류학자 존이 내뱉은 말이다. '~인것 같다'는 언어의 콘돔이라고.
매우 정확하고 재미있는 표현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단언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사람들은 ~ 인것 같다고 살짝 보호장비를 씌워서 말한달까.
내 취향저격인 영화였으므로 점수는 후가게 주겠다. 8점!
반응형'영화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결말, 참신한 소재 그리고 루나 (0) 2021.12.28 넷플릭스 지옥 후기 Hellbound - 삶과 죽음의 불합리, 현생에 펼쳐진 지옥불 (0) 2021.12.06 내게 돌아와 - 트랜스픽션, 슈퍼밴드 참가자들이 커버해주면 좋을 곡, 신사동 냉면 (0) 2021.11.23 저스틴 비버 Off my face 가사해석 - 방탄 덕질하다가 저스틴 비버 팬이 되어간다 (0) 2021.11.18 하이브 사업설명회 - 방탄소년단 오리지날 컨텐츠 사업, 아미들이 화나서 하이브 불매운동한 이유 (2)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