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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후기 Hellbound - 삶과 죽음의 불합리, 현생에 펼쳐진 지옥불영화와 음악 2021. 12. 6. 21:54반응형
넷플릭스 지옥 후기 Hellbound - 삶과 죽음의 불합리, 현생에 펼쳐진 지옥불
* 줄거리 스포 있어요.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다윈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이 인용되고 중요해지는 것 같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의 탄생과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우세종이 되었지만 여전히 죽음을 피할수 없는 생명체일 뿐이다. 죽음은 인간의 전제조건이지만 우리는 일단 영원히 살것처럼 살아간다.
죽음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운명에 '목적' 을 부여하고 싶어서 인간은 많은 것을 한다. 영원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는 말이다. 기록을 세우고 학문적 업적을 쌓고 평범하게는 재생산을 해서 유전자를 남긴다. 아니, 유전자만 남기는게 아니라 자식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이 '영원' 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랄까.
삶과 죽음의 불합리함을 비집고 튀어나온게 '종교'다.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 목적을 부여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이끌어낸다. 종교는 필연적으로 사후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인간을 선하게 살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드라마 '지옥'에 나온 죽음은 처참하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포인데 그 죽음의 순간이 잔인하다. 현생에 펼쳐진 지옥불맛 이라고나 할까. 사후에 지옥불에 떨어질 것이 무서운게 아니라 이 드라마에서는 죽음 자체가 공포다. 원래 종교는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서 의미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 나온 사이비 종교는 죽음 마케팅으로 권력을 누리는 어리석은 인간들일 뿐이다.
드라마에서 지옥에 갈 것이라고 '고지' 받는 사람중에는 태어난지 며칠 안된 신생아가 있다. 설정상 죄인이 지옥행을 고지받는 것인데 아기가 무슨 죄? 이것은 필연적으로 특정 종교와 연결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고 했다. 태어나는 것 자체가 죄인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느껴졌다.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 낸 허상이다.
지구촌 뉴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종교는 사막의 유목민 종교인 3대 아브라함 종교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전세계 대부분의 분쟁을 일으킨다. 공포 마케팅으로 세를 확장하고 우리 삶에 목적을 부여하기는 커녕 현생을 더욱 지옥같이 만드는 종교. 이 드라마의 종교단체와 다른게 뭔가.
감독(작가) 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소도' 를 운영하는 대학교수의 말에서 드러난다. 종교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해석을 독점해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다. 그래서 소도는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들이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한다. 또한 혼자 죽을 권리와 유족의 안위를 지켜주고자 한다.
성경의 메타포가 나오는 6화를 보고나니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이 떠올랐다. 사라마구의 작품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카인>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서 더욱 끌렸다. 죽기전에 가장 골몰했을 주제로 글을 썼을 터인데, 하나님은 미쳤다는게 사라마구의 결론이었다.
카인은 동생을 죽인 벌로 이마에 살인자의 표지를 가지고 시간여행을 하며 구약성서에 나오는 중요한 사건들의 현장에 가게된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고,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기도 했고, 황금소를 숭배해서 몰살당한 백성도 있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시험하고 고통을 주는 신의 모습은, 어릴적 교회 성경공부시간에 마주하게 되는 의문을 떠올린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사라마구의 분노와 슬픔은 작품속에 묻어난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줄 날이 와야만 했습니다." (카인, 206쪽)
"소돔의 아이들을 잊지 마십시오" (카인, 206쪽)
죽어서 영혼이 어디론가 간다는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믿을까? 과학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혼(정신)이란건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라 본다. 육체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영혼이 우주를 유영하다가 다른 육체에 또 깃드는 것일까? 아니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걸까? 죽었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알수는 없다.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는 종교를 완전히 대체해서 모든걸 설명해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징어게임 같은 오락성은 없지만 골똘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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