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의 새로운 노래가 나왔다. 빌보드에서 버터가 6주연속 1위를 하는 가운데. 다이너마이트로 입덕한 나는 방탄 때문에 국뽕이 차오르는 느낌을 자주 경험했다. 그런데 내가 입덕한 시점부터 방탄은 점점 더 국제적인 가수가 되었고 그들의 소속사는 세계 팝시장을 주무를 수 있는 큰 회사로 자랐다. Permission to Dance가 나오자마자 5번 정도 뮤직 비디오를 보았다. 유튜브에서 전세계 아미들은 노래를 듣고 뮤비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댓글을 달았다.
나의 반응은 이랬다 '흥겹고 좋다. 메세지도 괜찮네. 그런데 캠페인송 같다. 알엠과 슈가, 제이홉이 랩을 안 하는게 무척 어색하다.' 그러니까 나의 정서상태는 '약간 실망'에 가까웠다. 가수가 내놓는 모든 노래가 다 좋을 수 있나. 평범한 노래도 있고 그런거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실망은 노래가 평범해서가 아닌 것 같다.
나를 입덕시킨 건 전적으로 지민이의 춤이었지만, 점점 더 방탄을 좋아하게 만든 것은 방탄의 언더독 감성이었던 것 같다. 황새들을 향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미친거 아니냐며 불공정을 내뱉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뱁새라는 노래엔 있었으니까.
내가 좋아한 방탄의 노래들은 No More Dream, 봄날, Mic Drop, 쩔어, 뱁새, Not Today 등 대부분 메세지가 세상 쿨한 노래들이었다. 메세지가 강한 만큼 퍼포먼스도 거기에 맞춰 상당히 쎈 노래들이다. 이제 삼심대를 바라보며 활동하는 그들이 언제까지나 무릎을 갈아가며 춤을 출순 없을 것이다. 나의 작은 실망은 단언컨데 무대가 덜 '빡쎄져서'는 아니다. 언더독 감성을 더이상 가질 수 없는 지금의 상태 때문인 것 같다.
알엠의 인터뷰 중에 이런말이 있었다. "우리는 이제 기득권이 되었는데 우리가 계속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쓰는게 맞는 것인가 고민한다"
전세계적인 수퍼스타이고 백만장자가 되었는데 어찌 비주류의 감성을 노래하겠는가. 그래서 방탄의 노래들은 점점 더 대중을 치유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Life goes on이 대표적이었는데 Permission to Dance는 두번 째 치유곡이 된 것이다. 행복한 날이 다시 올 때까지 춤을 추며 이겨내자는 내용이다. 가사가 좀 식상하다. 에드 시어런이 쓴 노래라는데 그의 노래를 대부분 좋아했는데 이 노래는 '약간 실망'이다.
출처/다음뉴스
알엠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케이팝은 이제 장르이기보다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우리가 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뭔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야 알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에서 나는 알엠의 고민이 느겨졌다. 힙합아이돌로 시작했지만 그것이 영원한 정체성이 될 수는 없으니까. 더이상 언더독이 아닌 자신들이 전할 수 있는 메세지는 뭔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봉준호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급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말이 생각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말로 개인적인 느낌을 써서 노래를 만들어도 아미들은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가사가 더 위로가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알엠의 솔로곡 Reflection 가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재밌어 매일매일 잘 찍고 싶어 난 날 쓰다듬어주고 싶어 날 쓰다듬어주고 싶어 근데 말야 가끔 나는 내가 너무너무 미워 사실 꽤나 자주 나는 내가 너무 미워 내가 너무 미울 때 난 뚝섬에 와 그냥 서 있어 익숙한 어둠과 웃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웃게 하는 beer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손을 잡는 fear (중략)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낮보다 행복해 보이네 다들 자기가 있을 곳을 아는데 나만 하릴없이 걷네 그래도 여기 섞여있는 게 더 편해 밤을 삼킨 뚝섬은 나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건네 나는 자유롭고 싶다 자유에게서 자유롭고 싶다 지금은 행복한데 불행하니까 나는 나를 보네 뚝섬에서
나는 알엠이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했을 이런 가사의 노래를 더 많이 듣고 싶다. 나는 열네살부터 지금까지 몇 십년동안 영어로 된 팝을 들었다. 난 팝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한 1인 이었다. 그런 내가 방탄에 입덕해서 우리말로 된 소중한 노래들을 막 사랑하기 시작했는데 방탄은 나의 방향과는 반대로 멀리 떠나고 있다. 늦덕 아미로서 무척 아쉽다. 그래서 다음 앨범을 기다린다. 우리말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방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