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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후기, 생애 최초 건강검진일상 2021. 7. 5. 23:26반응형
수면내시경 후기, 생애 최초 건강검진
남편회사의 의료보험으로 생애 최초 건강검진를 받았다. 가장 큰 긴장요소는 수면위내시경이었다. 나는 2007년에 담낭절제술을 받고 '쓸개 빠진 사람'이 되었다. 2007년에 받았던 위내시경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때 내 목구멍으로 들어왔던 파이프는 굵기가 거의 훌라후프 수준이었기에 ' 이거 뭐야....' 하고 놀라면서 목구멍에 파이프가 닿는 순간 레드썬이 되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수면내시경은 나의 내시경 트라우마를 없애주었다. 기계가 놓여있고 의료진들이 기다리는 방에 들어가 왼쪽으로 누운뒤 입에 마우스피쓰를 물었다. 오른쪽 팔뚝에 꽂아 놓은 주사바늘을 통해 프로포폴이 주입되었다. 어떤 재벌은 이 약을 몰래 투약하기도 했는데 나는 합법적으로 맞으니 얼마나 좋은가라고 위안하면서 눈앞의 의료진을 보았다.'심호흡을 하세요 하나... 두울...'
심호흡을 두번 정도 하고는 영화처럼 눈앞이 하얘지면서 Fade out 되었다.
왼쪽 볼이 축축한 느낌이 들면서 깨어났는데 5분정도 잠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25분정도 시간이 흘렀다.
수면위내시경은 불편함이 거의 없이 끝났다. 깨어나서 약간 어지러웠지만 걷는데 문제없었고 목도 안 아팠다. 다행히 나의 위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보이지만 치료받을 정도는 아니니 음식섭취 습관을 조절하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
이번 검진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검사는 MRI 촬영과 유방CT와 초음파검사였다. MRI는 간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찍었다. 헤드폰을 끼고 좁은 MRI 기계속에 들어가있는 것이 무서웠다. 어디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긴장해서 혈압이 상승했다.
유방CT는 실질적인 블편함이 아주 컸다. 플라스틱 판 사이에 가슴을 한쪽씩 우겨넣어서 압박한다음 찍는다. 촬영하는 여자분이 내가슴을 무척 강하게 쓸어당겨서 꽤나 어색했다. 두개의 플라스틱판은 내 가슴을 혈압측정기 정도의 압박으로 누른다. 진짜 생소하고 블편한 경험이었다.
중간중간 다소 가벼운 검사들을 받았다. 청력검사. 시력검사. 체지방검사, 소변검사, 골밀도 검사 등이 있었다.
복부초음파는 유방과 자궁을 중점적으로 찍었다. 젤을 바르고 문지르는데 보다 정확한 사진을 얻기위해 상당히 세게 누르며 찍는다. 이번엔 가슴보다 아랫배가 많이 불편했다. 배에 가스가 차서 잘 안 보인다면서 사정없이 눌러댔다. 초음파로 오랜만에 내 자궁의 모습을 보았다. 길쭉하고 둥그스름하며 속이 비어있었다. 딸아이 임신했을때 보았던 자궁초음파가 생각났다. 그땐 내 자궁속에 콩알만한 녀석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는데...
전날 밤에 잠까지 설치면서 걱정했었는데 수면내시경은 무사히, 그리고 싱겁게 끝났다. 대략 두시간만에 모든 검사가 다 끝났다. 이렇게 여러가지 검사를 한꺼번에 한건 난생 처음이었다. 긴장해서 혈압이 오르기도 했지만 하고나니 왠지모를 뿌듯함도 있었다. 나이먹으면 매사에 용감해질줄 알았는데 겁이 더 많아졌다. 수면내시경이 겁났던게 ' 잠들었다가 영원히 못 깨어나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괜한 걱정으로 설쳤지만 무사히 검사를 마치고 살아서 돌아왔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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