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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 딸에게 아버지란책 2023. 1. 5. 11:51반응형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 딸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이 책은 빨치산 부모 밑에서 자란 딸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세상을 좀 더 너그러이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의 부모는 사회주의자다. 감옥살이도 하고 빨갱이라고 불리지만 어쩐지 아버지의 고향 구례에서 '빨갱이'란 것은 무시무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아버지의 친구나 이웃, 친척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와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데 있어서 '빨갱이란 사실'은 크게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빨갱이면 어떻고 파랭이면 어떠하랴.
작가는 출판사에서 책의 제목을 정할때 '절대로 빨치산 이야기인 것을 모르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선입견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봐 우려했을 것이다. 근래에 방영된 드라마와 비슷해서인지 제목이 모던한데 책의 표지도 산뜻하다. 진한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정감있고 유머러스하다. 코끝이 시큰한 감동도 있다.
책이 술술 잘 읽히는데도 간간이 책을 덮고 생각에 빠져들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그저 내 아버지로만 바라봤다. 그래서 철들고 나서도 아버지를 그다지 인정하지 않고 비판만 했었다. 엄마는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아버지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너무 무관심했다. 아버지도 한 남성으로서 다양한 모습이 있었을텐데 아버지의 인생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십대 젊은 나이에 시골의 부모님을 설득해서 온가족이 서울로 터전을 옮기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형제들과 함께 열심히 돈을 벌어 서울에 집도 장만했다. 아버지가 이때 고생스럽게 서울에 터를 잡았기에 내가 집에서 대학도 다닐 수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주거비를 버느라 고생하는 동창들을 보았고, 집에서 통학하는 것이 큰 혜택임을 이제는 잘 안다.
입관할 때 아버지의 쪼그라든 몸을 만져본게 자꾸 생각났다. 아버지의 삶에서 자식은 어떤 존재였는지, 아버지는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싶으셨는지 영영 알길이 없어진 후에, 그제서야 아버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불효자인 나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에게 영영 물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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