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재취업 도전 - 실패의 기록 (찾아가는 배움교실)

기록마녀 2020. 8. 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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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재취업 분투기

 

찾아가는 배움교실 경기도민강사에 선발되지 못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자가 딩동 하고 왔다.

 

 

 

 

 

안타깝지만 모시지 못한다는 예의바른 거절의 메세지였다.

 

 

 

 

 

 

 

 

면접을 보던 날 중부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선발되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수원의 경우 4명 선발하는데 60명이 지원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셨어요.”

 

 

 

그렇다. 나는 그 60명 중에 떨어진 사람에 속한 거다. 실망스러웠다. 면접에서 스티브잡스 운운한 것 보다는 가르치는 일의 경력이 일천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강사라는 경력을 새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몰렸다.

새로일하기센터에 구직등록을 하고 집단상담을 받으면서 어렴풋이 느낀 것이 있었다. 대다수 경력단절 여성들이 사무직을 가장 선호했지만 국가공인자격증 없이 사무직은 언감생심이었다. 직업상담사들의 말속에 녹아있는 가장 중요한 메세지는 이거였다.

“눈높이를 조금 낮춰 주세요. 절대로 이런 일은 안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도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경력단절여성들도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거다. 직업상담사가 프로그램 진행 중에 에둘러 말하면서 권한 직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체급식조리사이고 다른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몸이 고된 일임에도 보상이 적다는 특징이 있고 ‘재생산 노동’이라는 거다. 지난 13년간 내가 했던 일. 전업주부의 연장 선상에 있는 일이다.

경력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 두가지 일이 나에게 딱 맞는 일일 수 있다. 그렇지만 처음에 내가 새로일하기센터에 나가서 직업훈련을 받으려고 했던 목적과는 너무 멀었다. 늦은 나이지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대학에서 공부한 것, 결혼 전에 일했던 경력을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남편의 뒷모습은 많은 걸 말해 준다. 새로일하기센터에서 작년에 블로그수업을 시작으로 독서논술지도사, 창업스쿨, 일러스트레이터수업 등을 수강했다. 이런 수업들은 재취업보다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인 것 같다. 나에게 베이컨을 가져다주는(bring home the bacon) 남편이 없었다면 나도 단체급식조리사를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가사노동 중에 가장 적성에 안맞는 일이 밥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제, 새로운 일을 고안해서 나를 직접 고용해야만 할 때가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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