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무직, 담배팔이 - 김훈 하얼빈

기록마녀 2022. 11. 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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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무직, 담배팔이 - 김훈 하얼빈

일본 검찰관이 직업을 물었을 때 안중근은 포수, 무직이라고 답했고 동지인 우덕순은 담배팔이라고 대답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청춘의 언어였다. 이 청년들의 청춘은 그다음 단계에서의 완성을 도모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폭발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청춘의 언어라고 말한 세 단어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목숨은 말할것도 없고 처자식의 안위까지 위험에 노출하면서 적의 가슴에 총알을 쏘아박은 독립운동가다. 그런 그가 거창한 대의를 앞세우기보다 이런 생생한 청춘의 언어로 자신을 말한 것에 울컥했다. 그가 이토를 쏘았을 때 나이가 서른 하나다.

서른하나에 나는 직장을 다니며 비싼 가방도 사고 퇴근후 친구들과 만나 술도 먹고 춤도 추었다. 내가 이런 세상에 살수 있었던 것은, 지방 토호의 자식으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출세보다는 불의를 바로잡고 싶었던 '명사수' 안중근 의사같은 분들 덕 아니겠는가.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쏘고나서 이렇게 외쳤다.

"코레아 후라"

안중근은 '후라'가 '만세'라는 뜻으로 세계 공통으로 쓰는 말이라고 진술했다. 안중근은 코레아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토를 쏘았고 세계 공통어 후라로 만세를 외쳤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를 원했고, 그가 의미하는 동양평화란 모든 나라가 자주독립하는 것이었다.






역사가 스포라서 결말을 알기때문인지 책이 막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사형집행 후에 그의 동생들이 시신을 넘겨달라 요구했는데 거절당하자 바닥을 치며 통곡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분노가 치미는 장면이다. 안중근 의사는 감옥의 공동묘지에 묻혔고 그토록 원하던 독립을 이룬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이토 히로부미에게서 '악의 평범성'이 보인다. 죽어마땅한 악인이라기 보다는 깐깐한 공무원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토 히로부미 안에 흐르는 악의피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후손인 일본인들은 아직도 반성이 없다. 일본이 조선을 발전시켰다느니 헛소리를 하기도 하며, 축구경기장에 전범기를 가지고 와서 휘두르다 진행요원의 제지를 받기도 한다. 그 한심한 종자들을 보면서 하얼빈역에서 총을 쏘았던 안중근 의사를 생각했다. 코레아 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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