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사랑 (Maudie) 후기, 이런 사랑도 있다, 줄거리 결말

영화 내사랑 (Maudie) 후기, 이런 사랑도 있다
오랜만에 가슴이 찌르르 아픈 영화를 만났다. 원제는 'Maudie'인데 왜 '내사랑'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내사랑'은 자칫 오글거리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제목이라서 별로다. 그냥 '모디'가 더 나을뻔 했다.
내마음을 아프게한 감동은 주인공 남녀의 사랑때문은 아니다. 주인공 모드가 자신의 삶을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한 것이 마음에 남아서 그렇다.
자신이 낳은 딸을 안아보지도 못하고 빼앗겼으며, 결혼후 작은 오두막에서 복작거리며 살았고, 불상놈같은 남편에게 거친 대접을 받았는데도 자신은 사랑받았다고 말하는 모드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 작고 굽은 몸으로 모드는 행복한 인생을 꾸리려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지역.
모드는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나 발육이 좋지않은데 류머티스 관절염까지 생겨서 몸이 굽은 처자다. 부모님이 죽은후 숙모집에 맡겨지고 오빠가 집을 팔아버려 돌아갈곳이 없다.
마음둘 곳 없던 모드는 또래 다른 처녀들처럼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술도 먹는다. 어느날 애버렛 루이스라는 남자가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그의 집에 찾아가 우여곡적 끝에 그집에서 지내게 된다. 애버렛은 생선도 팔면서 돈 되는 온갖 잡일을 하는 남자다. 모드를 가정부로 고용하면서 내건 조건은 오직 숙식제공. 모드는 25센트 주급을 달라고 한다.
애버렛은 사회성, 대인관계, 문화적소양 이런건 모르는 사람이다. 모드를 청소하고 밥주는 가정부로만 대하는데, 작은 오두막엔 침대가 하나뿐이어서 두사람은 함께 잔다. 말 많다고 모드에게 손찌검까지 한 애버렛인데, 모드는 마을사람들의 수근거림 때문에 그와 결혼해서 당당해지고 싶어한다.
두 사람은 조촐한 결혼을 하고 애버렛의 거친 면모도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이 남자가 나아진건 순전히 모드 때문이다. 다정하고 착한 모드가 애버렛을 변화시킨것.
모드는 부두에서 쓰는 페인트로 집안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모드의 그림은 점점 발전해서 작은 카드에 그리거나 쓰고 남은 나무판에도 그리게 된다. 마을에 살던 산드라라는 뉴욕출신 여성이 모드 그림의 가치를 알아본다. 그림을 사겠다고 더 그려달라고 하면서 말한다.
"당신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모드의 그림은 나중에 유명해지고 미국의 대통령까지 사고싶어하게 된다. 그럼에도 유명세나 돈에는 관심없이 싼값에 그림을 팔며 그저 남편과 작은집에서 만족하며 산다. 모드의 그림이 잘 팔리고 몸은 점점 더 굽어간다. 남편 애버렛은 툴툴거리면서 집안일도 맡아서 하고 모드가 필요한 것들을 해준다.
모드는 과거에 사산되었다고 믿었던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숙모에게서 듣게 된다. 깊은 슬픔에 빠진 모드를 이해못하고 에버렛은 그녀의 등장이 자신의 삶을 망쳤다고 화를 낸다.
애버렛은 잠시 떠나있던 모드에게 찾아와 사과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한다. 두사람은 작은 오두막에서 늙어가고,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리던 모드는 병이들어 먼저 세상을 떠난다.




<인상적인 장면>
모드가 죽고 혼자 남은 애버렛이 멍하니 도로를 바라보다가 '그림 팔아요(paintings for sale)' 팻말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 '부재'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동반자를 잃은 사람의 공허한 모습이었다.
솔직히 두 사람의 사랑이 운명적이라거나 애틋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고, 모드가 정말 사랑받았을까? 의심했지만 이것도 나의 편견일지 모른다. 당사자가 사랑받았다면 그런 것이겠지.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은 아닐지언정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다.
작은 몸속에 세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품은 그녀였기에 그렇게나 밝고 따스한 그림들을 그릴수 있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주연배우 샐리 호킨스는 소름끼치도록 연기를 잘한다. 그녀의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