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드라마 안나, 원작 친밀한 이방인, 왜 거짓말쟁이를 응원하게 될까
수지 드라마 안나, 원작 친밀한 이방인, 왜 거짓말쟁이를 응원하게 될까
국민첫사랑 수지가 연기변신을 했다. 여태껏 수지나오는 드라마 보면서 인물에 완전 몰입했던 캐릭터가 없었는데(건축학 개론 조차도) 이번 역할 안나는 정말 수지 연기가 좋았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정한아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이다. 소설과 설정을 조금 바꿨는데 소설을 읽은 사람들의 정보를 보면 새드엔딩이라고 한다. 드라마 안나의 주인공은 소위 리플리 증후군환자인데 거짓말쟁이한테 감정이입이 되는걸 넘어서 응원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주인공 유미의 비극은 가난한 집에 태어났는데, 똑똑하고 하고싶은게 많다는 불균형에서 시작된다. 인생이 꼬이는 결정적 순간은 학교선생과 연애하다 들킨 것이다.
'난 마음먹은 건 다 해요' 라고 유미가 말한다. 절제하지 못하는 성격이 유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다.
'사람은 혼자보는 일기장에도 거짓을 쓴다' 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은 병적인 거짓말쟁이인 유미의 변명이며 우리들의 속마음을 도발하는 문장이다.
*리플리 증후군
자신의 상상 속 허구를 사실이라고 믿는 심리적 장애.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는 미국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가 1955년 발표한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의 소설 속 인물에서 유래했다. 의학용어로는 '공상허언증'이라고 하며, 자신이 상상하는 거짓 세계를 스스로도 사실이라고 믿는 증상이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게 결여된 것에 대한 컴플렉스에서 출발, 거짓으로 다른 사람의 신분을 사칭하고 그 거짓말에서 위안을 느끼며, 사실과 자신의 거짓말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출처/위키백과
아마도 안나는 거짓으로 남의 인생을 산것에 대해 톡톡히 댓가를 치를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안나로서 새출발한 유미가 가엽게 느껴진다. 이번 드라마에서 뭔가 처연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온 수지 때문인 것도 있다.
또 유미와 진짜 안나(정은채)는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을 뿐 별다를게 없는 젊은 여성들이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허영심이 있는. 유미가 특별히 사악해서 거짓말쟁이가 된건 아니다. 두 여성의 부모에게 이렇게나 극단적으로 부가 편중된게 제대로된 사회인가? 유미의 부모는 개미처럼 일하는데도 가난하다. 유미도 열심히 일하지만 도무지 현실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너희들은 그게 문제야. 게으르고 멍청한 주제에 남들 하는거 다할려고 한다."
극중 유미의 고용주인 사람이 던진 말이다. 유한계급 인간들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딱 이렇게 본다. 2등 시민. 아니, 시민보다 못한 노예 쯤으로 보나? 저런 치욕스런 말을 듣고있는 유미를 보고
'그래. 까짓거 훔쳐서라도 인생 한번 빛나게 살아봐'
이런 심정이 된다. 나같은 소심쟁이는 작은 거짓말도 안절부절 못하기에 유미를 보면서 들킬까봐 조마조마 하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유미의 다음행보가 기대된다. 계속 날아오르다가 날개가 꺾이는 순간 무섭게 추락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