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해몽이 필요해요
독서논술 수업중 '그림 잔치를 벌여보자'라는 주제의 시간이었다.
내가 맡은 발표 내용은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의 한 장면을 그리고 설명하는 것. 예전에 꿨던 심상치 않은 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몇 년 전에 꾸었던 꿈 중에 아주 인상적인 것이 있습니다. 지금껏 제가 꾼 많은 꿈이 맥락 없이 뒤죽박죽인 개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꿈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말이 되는 드라마 같은 특징을 가졌습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 빛이 사라진 공장 건물 안에 제가 있습니다.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어둠속을 헤매던 중에 한 목소리를 만납니다. 그 목소리는 제가 누군지 묻고 밖으로 나가도록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다니면서 이 목소리는 사랑과 삶에 대해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결국 저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와 저는 출구를 찾아 합께 손을 잡고 탈출합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이게 웬 일일까요? 제 손을 잡고 엷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옷을 입은 원숭이였습니다. 꿈은 여기까지였고 너무 충격 받았던 느낌이 생생합니다.
나는 꿈을 꾼 당사자라서 꿈속의 장면들이 이미지로 남아있고 그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글로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먼저 딸아이는 이 그림을 보고 "뭐야. 이거 아빠 아냐?"라고 말했다. (글의 맥락을 해석해서 원숭이를 아빠라고 한 것인지 털 많은 아빠의 외모를 지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내 꿈과 그림에 대한 선생님들의 코멘트가 매우 재미있다.
쌤1: 이 원숭이는 남편이 아닐까요? 뭐니뭐니 해도 남편을 가장 의지할 수 있죠.
쌤2: 아무리 발버둥쳐도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악...ㅋㅋㅋ)
쌤3: 이 어둠은 무슨 의미 일까요? 힘겨운 일이 있었나요?
쌤4: 원숭이가 혹 친정아버지 아닐까요? 나를 어둠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말이에요.
쌤5: 그림이 재미 있어요.
쌤6: 한 편의 모험 이야기 같았어요.
전문가의 해몽을 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어둠과 원숭이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원숭이 얼굴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 표지를 보고 따라 그렸다. 초상권 없는 침팬지 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