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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 황석영책 2020. 8. 16. 00:49반응형
해질 무렵 - 황석영
클라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황석영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해질무렵도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술술 읽힌다. 어떤 이는 '밑바닥의 삶만이 소설이 되는가'라고 황석영님의 리얼리즘을 비판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말을 한 자는 무엇을 썼는지 궁금하다.
출판사서평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인생의 해질 무렵에 서서 길 위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를 돌아보며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본다. 더는 변화할 무엇도, 꿈꿀 무엇도 없을 것 같은 그의 일상에 ‘강아지풀’ 홀씨 하나가 날아든다. 그 작은 씨앗은 그가 소년시절를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오고 달골에서 함께 부대끼던 재명이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같은 사람들을 불러내어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그녀는 음식점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뛰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무대에 매달린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척박한 세상에 지쳐 젊은 날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검은 셔츠’...
이 소설은 짧은 경장편이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에 담긴 생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이 도저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어느 장편소설보다 지평이 넓고 풍부하다.소설을 읽으면서 잠시 옛 생각이 났다.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학교 끝나고 늘 만화가게로 달려가서 쥐포를 먹으며 만화를 봤다. 만화가게는 재래시장 입구에 있었는데 그 시장에는 국수 만드는 가게도 있었다. 기계에서 나온 얇고 긴 국수 가락들이 항상 빨래처럼 줄에 나란히 널려 있었다. 어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도 있었는데 방금 나온 어묵을 맛있게 먹던 기억도 떠올랐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국수공장은 본적 없고 어묵공장만 기억난다고 했다. 동갑내기라서 남편과 나는 그 시대의 모습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늙어가면서 좀 덜 쓸쓸할 것 같다.
현실을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두 젊은이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세상을 이런 모습으로 남겨줘서 미안하다'고.
70대 작가의 언어가 얼마나 젊은지, 사람을 향한 눈은 얼마나 따스한지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같은 작가의 다른 책
https://1904story.tistory.com/35?category=92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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