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피 - 김언수책 2020. 8. 14. 19:54반응형
<뜨거운 피>는 1993년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출간 당시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오래전에 '설계자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김언수 작가의 작품은 설계자들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의 변두리 ‘구암‘이라는 가상의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이 마흔에 모아 놓은 돈도 없이 억대의 빚만 있는 건달 희수가 폭력 조직들 사이에서 피 터지게 싸우며 살아남는 내용이다. 묘사가 생생해서 한편의 느와르 영화를 본 듯하다.
주인공 희수는 ‘모자원’이란 곳에서 자랐는데 그곳은 아빠 없이 엄마와 아이들만 사는 집단생활 시설이다. 그래서 작품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아버지’란 존재다. 주인공이 가져본 적 없던 아버지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고 할까. 희수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손영감, 희수가 아들처럼 돌봐준 ‘아미’를 통해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아버지이고 아들인 관계를 보여준다.“희수가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들은 병신 같거나 허약하거나 이 거친 세상을 견디기에는
너무 낭만적인 사람들이었다.”(297쪽)
“아버지가 된다는 게 뭔지 아나?
자기가 이 세상에서 x도 아닌 놈이라는 걸 아는 거다.
희수 니는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별로 안 중요하다.
나는 사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냥, 숨 쉬고 밥 처묵고
찌질하게라도 사는 게 중요하다.”(543쪽)
아버지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난 아버지가 아니지만 엄마가 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에 와 닿았나 보다.
폭력조직 이야기라서 욕설이 난무하고 피 뿜는 칼부림이 있어 다소 거북하지만 내용이 재미있기에 끝까지 잘 읽었다.반응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잎은 노래한다 - 도리스 레싱 (0) 2020.08.16 해질 무렵 - 황석영 (0) 2020.08.16 그레이스(Alias Grace) - 마가렛 애트우드 (0) 2020.08.14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0) 2020.08.13 여행의 이유 - 김영하 (0) 2020.08.12